백이안은 꿀잠 잤다. 아주 잘 잤다. 저기 그…… 아래에서 나오는 캣닙 향 같은 달달한 꿀 같은 잠. 하지만 캣닙은 고양이에게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법. 잠에서 깬 백이안은 누가 제 양 동공에 캣닙 가루 뿌려 넣은 줄 알았다. 눈이 따가웠다. 집에 오자마자 렌즈부터 뺐어야 하는데, 술에 꼬라박혀서 뺄 생각을 전혀 못 했다. 내가 괜히 라식도 안 하고 안경에 ...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꽤 있어도, 수인은 키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냥 없다고 봐야 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동물로서의 케어는 기본이오 사람으로서도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옷 입혀줘, 밥 먹여줘, 씻겨줘, 재워줘, 사회성 키워줘…… 하나의 생명체인 게 분명한데 거의 사람 하나 + 동물 한 마리 기르는 거와 같다고 봐야 하기에, 정말이지 수인을 향한 ...
백이안은 꿈을 꿨다. 몸이 무거웠다. 백이안은 어딘가에 누워있었고, 복부 위에 놓여있는 커다란 바위가 절 짓이기고 있었다. 옆엔 설이가 있었다. 설이야. 나 좀 도와줘…… 살려줘……. 숨이 꽉 막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설이는 절 멀뚱멀뚱 구경하더니, 바위 위로 올라탔다. 날쌔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뿐히. 오. 그 순간만큼 설이가 정말이지 영웅처럼 보였...
혹여나 백이안이 오로지 신체적 접촉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크나큰 오해. 그렇다고 그게 싫단 건 아니고…… 오해보단 오예에 가까울 지도……? 아무튼 백이안은 명백한 쌍방 호감임을 단연 확신한 후 들뜬 나머지 중고차 3대 폐기처분 해버린 기억 잊고 스포츠카 풀 엑셀 밟아버린 거였다. 이제 더 지체할 이유 없는 거 아냐? 백이안 여간 성격 급한 게 아니거...
그래도 나름 젠틀한 개새끼라고, 대문이 열리자마자 벽으로 밀어붙여서 키스하고 뭐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채하랑이 신발을 벗길래 백이안도 얌전히 신발을 벗어 옆에 가지런히 두고, 채하랑이 거실 불을 키고 소파로 향하길래 백이안도 채하랑을 따라 거실로 진입했다. 몇 걸음의 텀을 두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같은 쪽 팔, 다리 동시에 내밀며 로봇...
"됐네." "뭐?" "아주 탁월한 클리셰지. 술 취해서 은연중에 좋아하는 상대 붙잡고 키스하기." 곽고은이 콩나물국밥 떠먹던 숟가락 내려놓고 박수 짝짝 갈겼다. 믓지다, 이안아. 니가 송혜교냐? "그냥 술버릇 같은 거면 어떡해?" "아무리 술김에라도 마음에 없는 사람 입술을 부비겠냐고." 백이안 미쳐 돌아가시겠다. 언젠 아니라고 박박 우기더니. 이거야말로 ...
시작은 직원용 휴게실에서 채하랑과 군것질을 먹으며 노닥거리던 것에서부터였다. 티스푼으로 살짝 떠보기 작전. "하랑 씨, 어제 말한 설이 있잖아요." "아, 설이가 아니구 설. 외자에요." 반려묘 언급에 채하랑이 휴대폰을 켜 몇 번 뒤적거리다가 백이안의 눈앞에 화면을 들이밀었다. 각종 사진들, 영상들. 터키쉬앙고라 장모종에 크고 뾰족한 양 눈은 오드아이였고,...
요즘들어 백이안을 부쩍 당황케 만드는 인물이 있다. 사실 백이안을 당황시키는 건 꽤나 쉽다. 고등학생 시설, 키 크고 날씬한 예쁜 여자 교생 선생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당황하고, 대학교 입학도 전에 주변에서 놀아도 된다는 말을 착실하게 듣다가 학점에서 총 맞아서 당황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날 커피 좀 타서 돌리라는 주임에 말에 당황하고, 3년 전 ...
장대훈은 한가한 사람인 게 분명했다. 심심하면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끝나면 할 일 없는 박가은과 유사 대학생 반백수 이삭보다 더 자주 출몰했다. 대훈보다 더 한가할 거라 지레짐작한 다연이 흑당으로 가면 대훈이 없던 날이 없었다. 단 하루도. 사장 맞아? 개쌉 구라 아냐? 학생 3명보다 더 한가할 정도면 회사에서 잘려도 될 듯. 사장 대신 일거리만 늘어났을...
15살 소녀 진예희에겐 아주 큰 고민이 있다. 요즘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주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겐 별 볼 일 없는 고민일지라도, 예희에겐 아주 심각한 것이었다. 그 심리를 곧이곧대로 반영하였는지 앉아있는 자세도 삐딱했다. 왼손은 턱을 척 괴고, 오른손으로는 책상 위에 펼쳐놓은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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